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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2012-14. from Maroc/FATIN's Daily Life ■ Morocco

엄마_부를때마다 느낌이 다른 이름. 자랑스런 부모님

요즘들어 기관장님이 업무에 엄청 바쁘시다

새로오신 상위기관장님이 초반이라 일을 엄청나게 시키시는듯 ㅜㅜ


오늘은 라밧으로 일하러 간다면서

어제 나보고 계속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아침 8시에 출발해서 뭔그리 일이 많은지 여기저기 따라다니는데

나도 같이 반시체가 되었던 하루 ㅜㅜ

어제도 그렇게 고생하시며 왔다갔다 하시느라

식사도 오후 5시나 되서야 빵사서 드셨는데 ㅜㅜ

요즘 고생이 많으셔서 보는 내내 마음이 안좋다.


마그리브.. 일 천천히 하기로 유명하고 인샤알라 문화인데

우리 기관장님은 좀 예외적이다.

이전 상위기관장님이 있을때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고

당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엄청나게 열성을 다하신다.


무튼.. 오늘 하루 따라다녀본 결과..

우리 기관장님 힘내셔야겠다 ㅜ



그렇게 오전 일들을 마치시고

잠시 짬을내어 도착한 기관장님 아들이 다니는 대학교 ㅎ


라밧에 있는 인터내셔널 대학교인데

이곳에서 2년 공부를 마치고 프랑스로 유학간다고 한다 ㅎㅎ

우리기관장님 정말 멋지다

이곳 모로코에서 이런곳으로 진학하는것은

금전적 지원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할 듯



라밧의 외진 허허벌판에 이 대학교 캠퍼스만 덩그라니 놓여있다 ㅎ

모로코에 이런 캠퍼스가 존재하다니 놀라울 따름

넓고 넓고 넓띠 넓다



이전부터 기관장님이 그렇게 아들자랑을 하셨었다 ㅎㅎ

우리아들 대학교 너무너무 좋다고 ㅎㅎ

아들 프랑스나 캐나다로 유학 보낼 것이라고 ㅎㅎㅎㅎ


이전부터 아들보러 같이 라밧 가자고 했었는데

이곳에 와보니 우리 기관장님 나와같이 일을 보러 오는것보다는

아들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으셨나보다 ㅎㅎㅎ


아들을 만나기 5분전

화장실에 가서 곱게 화장을 고치고

거울을 보고 또보고 또 단장을 하고

마치.. 좋아하는 남자에게 잘보이고 싶어서

긴장하며 옷매무새를 다듬는 여인의 모습같았다


그런데 ㅋㅋ

기관장님만 단장하시면 되는데

나의 옷매무새며 머리까지 다 관여하시며

이쁘게 당신스타일대로 만들어주시는 것이다 ㅎㅎㅎㅎㅎ

아들에게 당신과 함께하는 사람까지 이쁘게 보이고 싶은마음

엄마다.


그렇게 단장을 마치고 아들의 수업이 끝나기 1분전

교실을 기웃거리며

흥분을 못감추시고는 곧 끝난다며

수줍게 그리고 흥분을 조심스게 감추시며 엄청나게 기대하셨다 ㅎㅎ


그리고 1분이 지나 수업이 끝나고

아들과의 재회!!!


하.지.만.


아드님

시크하게 무표정으로 비조(볼을맞대고 뽀뽀소리내는 모로코식 인사)를 하고

"나 돈없어"

"자자 여기" 하면서 기관장님은 주머니에 고이 돈뭉치를 넣어주시고


끝.


인사 끝. 재회 끝.


와ㅡ 이리 무심할수가

아들을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을

그렇게 기대하고 고대하며 흥분을 가라앉히며

빨리 보고싶어 발을 동동 구르셨던 기관장님의 모습을 보았던 나는

그저 아들이 야속하게 보일뿐..


아쉬운 마음에 기관장님은 떠난 아들 뒤의 남은 아들 친구와 대화를 하고

재회는 끝이 났다.


난 아들과 같이 점심식사를 하시려는줄 알았는데

정말 5분도 안되는 재회로 끝이나고


기관장님은 학비를 내기위해 학교 이곳저곳 사무실을 왔다갔다 하시며

뒷처리를 해주시고

기숙사 예약까지 해주시고


아들만난 시간은 5분도 안되고

아들을 위한 뒷일은 1시간도 넘게 걸렸다.


한국처럼 시스템이 잘되어 금방금방 처리되지 않기때문에

저렇게 좋아보이는 대학교조차 다 발품팔아 일처리를 해야한다

그런데 그것마저 아들모습을 보아 너무 기쁘다며

줄줄이 아들자랑을 하신다..


흠..

왜 우리엄마가 생각나는걸까

진짜 국적을 불문하고 부모의 아가페적인 자식사랑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나도 저랬었다

똑같았다

지금도 똑같다

밖에선 잘 웃고 쾌활하면서

집에선 무뚝뚝.

특히 퇴근하고 말시키면 그게 그렇게 안들린다. 그냥 숨이 벅차고 말하기가 귀찮다 ㅜㅜ

그저 집에가면 내가 원하는건 아메바

(엄마아빠 죄송해요 ㅜ)


내가 그리 귀찮아하고 당연시 여겼던 부모의 임재가

내가 모르는 뒷모습이 얼마나 큰지

죽을때까지 깨달을 수 있을까


엄마아빠도 남자와 여자이고 연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으며

애잔한 마음이 들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을때

참 마음이 아팠는데


오늘 기관장님 모습을 보며

속이 쓰리다.


자식이 아니면 월 10억을 준다해도

그 뒤치닥거리 절대 못할텐데

나 모르게 내 뒤에서 보호막을 장치해주셨고 지금도 그러하고 계신 부모님께

새삼 무한 감사와 무한 죄송이 함께 교차했던 짧았던 1시간..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맘을 안다고 하는데

글쎄 ㅡ 죽을때까지 알까 모르겠다

부모마음을 다 알게되면 너무 죄송해서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갈것 같다


엄마아빠가 계셔서 늘 평안했던 온실

온실이 온실인줄도 모르고 커왔던 성장기

온실이었던 것을 깨달았을때야 이제 철좀 드는구나 하지만

그것은 착각


그제야 부모님이 주셨던 마늘먹고 사람좀 되가는 과정일뿐..



어제 고생하시는 기관장님께

발음이 서툰 나대신 유투부 동영상을 틀어드리며


"아나 퐈크루 비까"

(나는 너가 자랑스러워)

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오늘은 더더욱 자랑스럽다 우리 기관장님


이렇게 부끄러워하시며

"해따 애나"(나도 네가 자랑스러워) 라고 대답해주시는 기관장님


대한민국 엄마아빠

그리고 모로코 엄마아빠

나아가 이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자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