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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2012-14. from Maroc/FATIN's Daily Life ■ Morocco

소매치기_놀란가슴 . 그리고 범인을 찾아서

하......................

 

나의 출근길은 이렇다.

 

걸어가는 길에

 "싱와" 

 "오~쥬이나,뷰티퓰,뮤지엔"(다 이쁘다는뜻)

"쪼~옥"(날 보며 뽀뽀소리를 낸다 ㅡㅡ)

나머지 19금들은 이하 생략하겠다.

 

이런 듣기싫은 소리들을 무한 반복으로 여기저기 들으며

나의 뚜껑을 부글부글 들었다 놨다 하는것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해 이어폰을 낀다. '한쪽만'

 

한쪽만 끼는 이유는 소매치기나 다른 범죄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리하여 한귀로는 노래로 컴다운을

한귀로는 혹시나 모를 모든 감각을 집중한다.

신기하게.... 된다...!

단.... 듣기싫은 희롱들이 걸러지지 않는것이 함정.

 

그리고 또 하나.

눈은 멍하니 내 갈길만 보고 사람을 쳐다보지 않는다.

 

아무리 옆에서 재잘거려도 못들은척

유난히 심하면 이어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언으로 대답한다.

"안들려 이시키야"

 

그리고 중요한 돈지갑과 로컬폰, 070스마트폰은

중요하니 작은가방에 몸의 앞에 지니고 주시한다.

옆으로 매는 큰 가방에는 수업 재료들이 들어있다.

 

 

 

바로 이 가방.

가슴팍 바로 아래에 지녀서 정말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요렇게

후다닥 남자애가 내 뒤에서 뛰어오길래

뛰어가나부다 하고 몸을 뒤로 좀 틀었는데

 

잽싸게 내 가방을 두 손으로 낚아채어 가져가려는 것이다 ㅡㅡ

 

.................

..........................

 

이하 그림은 생략한다 ㅡㅡ

 

몸에 지니고 있는 가방이 두손으로 탁 끊어질 리가 없는데

그게 훔쳐질 줄 알았나부다..;;

 

근데 이노무 시키

가방이 안뺏어지면 그냥 도망 가야 하는데

 

끊임없이 가방을 힘껏 낚아 채며

계속 뛰어가는데.....

 

난 끌려가다 붕 ㅡ 떠서 바닥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달리는 마차에 질질 끌려가는;;;;??

 

암튼 내가 그렇게 넘어지고 나서야

그노무 시키는 헐레벌떡 도망가고

 

 

쪼꼼 다쳤다.

 

난 그자리에서

울며불며 관리요원한테 전화를 했다.

사실 이전부터 출근길에 점점 희롱이 심해지고 있어서

안전보고서에 작성을 하려고 했는데

(사이트가 글이 올라가지 않았음)

그 문제때문에 메일을 보냈더니

사무소 현지직원을 보내려고 했었다고 하셨다.

오늘의 문제가 발생하니

당장 다음주 월요일에 보내겠다고 하시고

안심시켜주셨다.

 

그리하여 출근해서 기관장님께 이러한일이 있어서 월요일에 코이카 직원이 올 것이라고 했더니

코이카 직원이 오기 전에 우리가 해결 할 수 있다고 하며

나에게 경찰서에 같이 가자고 말씀하시며 데려가셨다.

 

기관장님과 동행하에 도착한 경찰서에서 이래저래 상황을 물으시고는

범인의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바로 차를 타고 사건이 발생한 지역으로 갔다.

 

거기서 계속 왔다ㅡ 갔다 하면서 범인을 경찰과 함께 찾아보았다 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부터 난 슬슬 웃음이 났다 ;;;ㅋㅋ

이사람이냐 저사람이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서 계속 "쇼프 쇼프"(봐봐)

진지하게 보는데...

 

찾을리가 있나;;;;;;;;;;;;

원래 한국에서도 사건이 발생하면 이런식으로 찾는지 모르겠다만

하라는 대로 열심히 찾았다.

 

근데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자애가 하나 걸어가는것이다.

파랑색 티셔츠.흰줄무늬.

갈색 얼굴 마른체형 165~170cm

저사람 같다고 하니 경찰이 잡아왔다;;;;

 

조용히 뒤에서 걸어가서

은근슬쩍 말을 걸고 갑자기 어깨동무를 하며 몸에 힘을 못쓰도록 제압하더니 호주머니를 뒤지면서

아무말 못하게 하고는 내가 타고있던 경찰차로 데리고 왔다.

 

근데,., 반팔 반바지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아닌거같은데.. 본인도 자기 아니라며 두 눈을 그렇게 순수하게 바라보는데

헷갈리고 아닌거같기도하고....

도통 모르겠다고 그 사건현장에 있었던 아저씨한테 물어보러 가자고 경찰에게 말했더니..

 

경찰차의 뒷자석에 동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ㅋㅋㅋㅋㅋㅋ

와우!

뒷자석에는

나.기관장.용의자.경찰

 

이렇게 앉아서 함께 증인에게 가고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우!

와우.....

 

그 순간 이노무시키가 진짜 범인이면

아까의 스피드로 날 칼로 찔러도 때는 이미 늦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진짜 얘 아닐거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나 증인이 얘 아니라고 증언을 즉석에서 해주셔서

그 아이는 용의선상에서 제외되는 영광을 얻었다.

 

그리고 그 아저씨의 말로 인해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고놈의 시키 한놈이 아니라는것. 패거리란다 ㅡㅡ

 

자...... 잡힐 수 있을까...??

 

 

 

 

다시 경찰서로 돌아와서 이래저래 뭘 자꾸 적으란다..;

시간도 지나고

모로코 경찰들의 범인 잡는 모습에

다소 황당한 느낌을 받으며

원래 이런건가...... 하는사이

나의 놀랜 가슴은 진정이 되고

지금 이 상황이 좀 웃기기도 했다;;ㅋㅋㅋㅋ

 

처참한 나의 가방을 찍는데

경찰관이 사진 왜 찍냐고 물어보길래

"내 무디르(상사(?))한테 이르려고 한다 왜!"

라고 윽박 질러버렸다;;;

 

경찰관이 잘못한거 하나도 없는데.....

그냥 뭔가 화가났다.

 

경찰관의 질문 단 한마디 때문에 ㅡㅡ;;

"모로코에서 이런일 처음이지?"

라고 당연하게 묻는데..........

어쩜 그리 짜증이 확 나던지..

"무슈끼나.. 꿀 윰!!"(웃기시네,, 매일!!)

이라고 대답했더니

이해를 못하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다친게 오늘이 처음이지 그간 출근길에 당했던 온갖 희롱들을 재현해주니

그저 할말을 잃어버리며

대응책이라고 내놓는 한마디에 그렇게 화가났다.

"그길로 다니지마"

 

.......................

 

그래요 맞는말이긴 한데

오늘만큼은 화가 참 많이 났다.

 

뭐 이래저래 다시 사건 경위를 물어보고

 

또 뭘 적으라 하고

ㅡㅡ 슬슬 지쳐갔다;;

 

보다못한 기관장님이 종이를 뺏어서 적어주시고

 

 

 

이게 무슨말로 적은건지 일일히 다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알수 있는 데리자를 총 동원하여 설명하여 주시고는

경찰서 헤프닝은 끝이............

 

난줄 알았는데

 

월요일에 또 오란다

 

아 귀차나..

 

슬픔과 귀찮음을 함께 지니고 기관으로 다시 들어갔는데

 

세상에 ㅜㅜㅜㅜ

 

수업시간이 끝나버렸다 ㅜㅜㅜㅜㅜㅜㅜㅜ

빈 교실에서 가방을 가지고 나오려는데

 

우리 제자들 ㅜㅜ

손은 괜찮냐 마음은 괜찮냐

미안하다 우리가 다 미안하다 이러면서

 

계속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ㅜㅜ

 

너무 미안했다 ㅜㅜㅜㅜ

 

그리고 경찰서로 한제자분이 당신 차를 몰고 계속 나를 기관까지도 태워주시고

 

급기야 집 앞까지 고이 모셔다 주셨다..;;ㅜㅜㅜ

 

놀래고 그간 쌓였던 억울함(?)이 튀어나와

사방에 가시로 대답했던 하루가

그렇게 제자들의 사랑으로 다시 덮였던 짧은 5분..

 

어이없는 상황에 기가 막히고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 빈번함에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해야만

나의 정신건강에 좋은 이곳에서

 

'나 혼자'라는 생각이 솓구쳐 못내 서러웠던 오늘이

그 5분의 사랑으로 인해

한풀 꺾이고 혼자라고 생각한 것이 내심 미안해졌다..

 

지금도 계속 나 괜찮냐고 전화가 한 제자에게 온다.

근데 통화 품질이 너무 낮아서 ;;;;;; 얘기하다 끊었다 ㅋㅋ

 

 

제자의 차에 올라타는 순간까지 나의 조금 다친곳을 어루만지고

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주는 당신들의 손이 계속 생각이 난다.

 

난.. 혼자가 아니다...ㅡㅜ

아니 아니였다..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