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efore]2012-14. from Maroc/Just my thinking ■ Morocco

나의변화_변화하는 수업 커리큘럼. 시각의 변화.

이곳에 올때 나의 수업 커리큘럼은 3가지의 주제였다.

 

1.나를 사랑합니다.

2.당신을 사랑합니다.

3.함께해서 행복합니다.

 

이리저리 정착이 늦어져

내 생활에 적응하느라

난 오히려 내가 먼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장 큰 1번을 내가 놓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를 사랑합니다'

이곳에서 갖은 희롱과 얄팍한 사기,

그리고 각종 상처에 오락가락하는 내모습을 자책하기 시작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엄청나게 불어난 살들로

여자로써의 자존감까지 사라지니

전반적인 내 나름의 체계가 무너져 갔다.

 

오락가락하는 나를 보면서

나도 지켜내지 못하는데 '나를 사랑합니다'라는 수업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자책속에서 이곳에 와있는 이유를 찾기위해 수없이 나 자신을 채찍질 했었다.

 

 

 

 

분노의 눈물

자책의 눈물

외로움의 눈물

그리고 깨달음의 눈물

 

여러번의 눈물을 통해 '난 참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는것을 깨달으며

이 눈물을 통해 하나하나 기쁨으로 다시 수업 커리큘럼도 새롭게 바뀌어갔다.

 

 

 

 

먼저

출국 전의 커리큘럼을 지우개로 깨끗이 지웠다.

 

코이카단원이기 이전에 봉사를 할때마다

이들과 나와는 '같은사람'이라고 생각했던것 또한 엄청난 오류였음을 알게되었다.

 

 

 

 

이미 '같은'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것 부터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고 정의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기관에 파견되어 첫 출근했을때의 포부는 참으로 대단했다.

 

 

 

 

첫째, 미술이론수업.

미술 이론을 적립시키겠다고 말도 어눌한 내가 손짓발짓 별짓으로 설명을 하고

2주로 예상했던 한가지의 이론을 이해시켜드리는데 한달이 더 걸렸었다.

 

어려워 하시는 이들을 보면서

과연 이게 누굴 위한 수업인지 고민하고 계속 해야 하는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수업을 하면서 조금씩 설명을 해 드리는 것으로..

그리고 생각을 바꿨다. 이해하실때까지라는 욕심을 버리기로..

 

 

 

 

둘째, 테스트로 상대평가하기.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테스트를 틈틈히 실시했었다.

그리고 수업마다 중요한 것은 이건 나중에 시험에 나올것이라고도 말씀 드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행하지 않는다.

엄청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업때마다 '나 잘하고있어?' '나 잘했어?'라고 나에게 평가를 원하셨다.

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들은 나의 눈치를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테스트는 정말 필요한 순간만 불시에 하는것으로

제자분들 모르게 서서히 바꾸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계획은 나의 계획일 뿐,

미술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이곳 모로코에서

마치 입시생처럼 나의 과거 미술교육과 흡사하게 생각하고

이들의 관점이 아닌 나의 관점으로 목표를 정한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고흐의 별이빛나는 밤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다)

 

'자유'라는 단어로부터 시작되어 '나만의 세계'를 이룰 수 있는 학문.

'창조력'이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하는 학문.

 

그러나 나는 내가알고있는 미술수업을 하고있는것이 아닌

나만의 '고정관념 속'의 미술수업을 하고있다는것을 깨달아가고있었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었다.

 

 

 

 

다시 목표를 세우기 귀찮기도 했고

어떻게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일단은 흐르는 시간속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초반부터 준비했던 수업을 이어나가면서

백지화된 커리큘럼과 정지상태인 나의 알수업는 목표치로

하나하나 그냥 계단을 걸어갔다.

 

그러면서도 마음의 부담감은 점점 커져만 갔고

이시간을 무엇보다 보람있게 보내고싶은 욕심만을 책망했다.

 

 

 

 

이런 시간이 장기화 되면서

난 이들에게 죄책감마저 들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르고

 

 

 

 

조금씩 제자가 아닌 '한 사람' 그리고 '한 여자'로 다가오는 이들은

나에게 '순번만 있는 백지'커리큘럼을 를 가슴에 새겨주었다.

 

1.

2.

3.

4.

5.

.

.

.

 

이 번호들 뒤에는 현지인들이 채워주도록.

 

수업을 하는 사람은 나이지만

받는 사람이 그리고 원하는 사람이 채워서 내 가슴에 쓸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로.

 

이렇게 마음을 먹기까지 나에겐 수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다.

 

 

 

 

우선 부끄럽지만

나는 선생님인데 이들이 원하는 것만 들어주면 무시당하지는 않을까...(완전 부끄럽다)

라는 생각을 떨쳐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말도 안되는것을 바라면 어떻하지?

 

라는.... 엄청 부끄러운 생각에 사로 잡혔었고

실천에 옮기기까지 웃기게도 밤에 잠이 잘 들지 않을만큼 고민에 또 고민을 했었다.

 

 

 

 

내가 생각했던 모로코에서의 미술교육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업을 하고 이들과 살을 부대끼며 살아보니

테크닉이 없을 뿐이지 재능이 뼈에 녹아 있는 이들을 보며 감탄했던 수날들이 증명해주듯

이들의 실력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있다.

그래서 난 부끄러운 나의 '색안경'을 벗어내려 하고있다.

그리고 노력할 것이다.

혹시 내가 또 나도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도록.

 

 

 

 

지금 현재 나의 1번은 '이들의 장점을 살리는 개별지도'이다.

그리고 하나하나 깨달으며 나에게 또 다른 숙제를 줄 이들의 2번 과제가 기대된다.

 

 

 

 

처음의 커리큘럼을 백지화 시키고

이들을 위한 커리큘럼이 아닌

'나를 위한 삶'의 커리큘럼으로 바꿨다.

 

1.나를 바라보자.

2.내가 먼저 아름다워지자.

3.마음의 문을 열자.

4.오늘 주신 하루를 감사하자.

 

 

이곳 모로코에서 미술수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닫는 것은

수업의 질을 위해선

학습목표와 오늘의 주제이기 이전에

나의 마음가짐. 그리고 그 시간에 대한 감사함이라는 것.

 

이것이 흔들리면 커리큘럼이고 자시고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는것을 깨닫고 있다.

 

가장 기초가 되는 학문은

나 자신인 것이다.

나 자신으로 인해 '너'를 볼수 있고

나 자신으로 인해 '우리'와 함께 할수 있다는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는

이들의 사랑.

 

'공간 및 시각의 미를 표현하는 예술' = '미술'

이 정의 이전에 밑거름이 되는 '온전한 내 자신' 그리고 '사랑'

 

내가 이곳에 주러 오겠다는 마음가짐을 엄숙히 반성하게 만드는

이들의 아가페사랑.

 

 

난 이곳에서 사랑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로인해 조금씩 조금씩 통증을 느끼며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