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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2012-14. from Maroc/Just my thinking ■ Morocco

결자해지_또다시 찾아오는 의문점. 해답은 ... 언젠가.

정말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관방학을 하고

현지평가회의가 끝나니

이젠 갈 날만이 보인다.

 

한국으로 짐은 뭘 부칠지..

이런 고민을 하며 지내던 한달동안

 

어느새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고있다.

 

정말.. 왜 왔을까??

 

출국 전을 되새겨 보면 정말 겁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인생에서 단 한번쯤 뜻깊은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다.

 

나름 굉장한 포부가 있었다.

20세의 마지막과 30세의 첫 시작을 가장 귀한 시간을 보내리라고 다짐하며

KOICA에 지원서류를 넣고 한걸음 한걸음 합격통보를 받을때마다

타국에서 해외봉사를 할수있다는 감사함과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낙후된 환경 속에서 조금 더 선진화 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나와 다른 곳에 있을 나와 만날이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었다.

 

국내교육을 하면서 교육내내 나의 마음에 파고들어왔던 것은

"원조를 받았던 국가가 수원국이 되었다"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법한 "한강의 기적"

그냥 말로만 들었고 아ㅡ 그랬겠거니 했던 이 문구가 가슴팍에 확 와닿았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현지에서 실제로 생활하며 느꼈던 것은

타임머신을 타고 거슬러간 과거의 시간으로 느껴지는 현지상황의 실태였다.

 

어쩜 과거의 우리나라도 이와 같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

부모님세대 또는 조부모님세대가 경험하셨을 풍경.

당신들의 노력으로 인해 우리의 편리한 환경이 만들어졌으리라.

 

수원국이라는 단어에 초점이 맞춰져 나의것을 기부하리라는 시각에서

원조를 받았던 낙후된 과거로 시각이 바뀌게 되었다.

 

한국과도 너무 다른 환경

전혀 다른 고민, 생각지 못했던 돌발상황들

 

출국 전에는 한국에서 경험 한 틀 안의 시각뿐이었는데

이곳에 와있어보니 모든것이 전혀 다른 환경, 문화속에서

나도모르게 혼란스러워 하는 시간을 장기간 보냈다.

 

정신차리고 보니 초반에 적응하기 위해 애써 외면했던 것이었지 

엄청난 혼란에 사로잡혀있었음을 깨닫고있었다.

 

나의 상식선을 무시하는듯 기가 막힌 상황들이 연속이었고 경험할때마다 불평이 솟구쳐 올랐다.

 

이런 시간들로 인해 출국전 봉사활동을 염원하며

어느곳이든 내가 향하는 곳에서 열심을 다하리라는 다짐은 그저 새까맣게 다 까먹고

 

이곳에서 경험하는 불합리함, 비상식적인 행동들,...

그리고 수차례 나의 멘탈을 뒤 흔드는 여러  상황들로인해 쌓여져가는 스트레스에 파뭍혀 허우적 대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이곳 사람들과의 삶이 나의 간절한 바람 그리고 내가 이곳에 와있는 이유마저 흔들리며

한국과는 숨쉬는 공기마저 다른듯한 모로코의 삶에 적응하는 것으로 이곳 삶 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봉사자의 마음이 맞는가. 내가 여기 와있는것이 적합한 것인가. 자격이 있는가.

분명 쉽지 않다는것을 알고 왔는데

멀리서 바라보았던 각오와 현실에서 부대낀 각오는

아얘 전제 자체가 달라져있었다.

 

장기간의 자책으로 인해 자존감하락의 끝을 보일때즈음

다시 출국 전의 초심으로 서서이 걸어갈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준 것은

나 자신이 아닌 현지인들이었다.

 

나 홀로 애써 벗어나려 했던 것을

그들의 포용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현지인들의 아가페 사랑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닫고 있었던 내 마음의 열쇠를 풀고 다가갈 수 있었고

한걸음 다가가면 열걸음 다가오는 이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들로 인해 늘 이곳 모로코에서 난 눈물을 닦을 수 있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또 난 "왜 왔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힘들어서 지쳐서라기 보다는

이들과의 만남이 너무 소중하고 기적과도 같아서

헤어질 시간은 분명 다가오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한국 가면 이들을 보고싶어도 만날수 없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또 한편으로는 어서 한국가서 나의 보물 부모님과 소중한 내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마음껏 거리를 걸어다니고 싶고 한가로이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독서도 하고싶다.

실력이 좋진 않지만 뚱땅뚱땅 거리면서 피아노도 치고싶고

예쁜 옷으로 한껏 치장해도 아무도 나에게 관심안가져줄 한국의 무관심 문화가 그립다.

 

양쪽 마음이 왔다리ㅡ 갔다리 하면서

지금 내가 여기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깊이 빠져들어 버렸다.

 

어쩌면 인생중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구도 형언할 수 없는 값진 보물들.

 

분명 감사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난 왜 하필 이곳에서 이 시간에 피눈물을 닦은 후의 쾌락을 맛보고 있는 것일까.??

 

모로코에서의 2년은 내가아닌 남을 위한 시간이라고 다짐했었는데

홀로있는 시간이 많은 방학이 되니

모로코에 첫 발 부터 지금까지의 내 자신이 보인다.

 

타인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던 시간들을 거슬러 올라가서 내자신을 바라보니

 

한편으론 쓸쓸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귀한 시간을 경험한것이 신기하기도 하다.